“한국서 함께 살자” 돈 요구한 외국인 알고보니 ‘로맨스 스캠’ 사기꾼

Hwa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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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함께 살자"던 외국인, 알고 보니 외로운 사람 노리는 신종 사기꾼

[중앙일보] 입력 2019.09.26

강원 동해시에 사는 40대 여성 A씨는 지난 5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외국인 남성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A씨는 자신을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선박 기술사라고 소개한 남성과 꾸준히 연락하며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갔다. SNS를 통해 알게 된 관계였지만 두 사람은 사랑을 이야기할 정도로 가까워졌다. A씨가 해당 남성을 남자친구라고 느끼게 됐을 때쯤 이 남성은 “한국에서 같이 살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이어 “한국에서 집을 구할 돈 70만달러(한화 8억 3916만원)를 항공화물로 보낼 테니, 통관 비용을 보내 달라”고 했다.

“항공화물로 보낸 돈이 적발됐다. 벌금을 내야 하는데 돈이 필요하다. 돈세탁 의심을 받고 있어 증명서를 발급해야 하는데 발급비가 없다”며 A씨에게 돈을 요구했다. 잦은 돈 요구에 이상함을 느낀 A씨는 사기를 의심하며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이미 남성에게 9000만원가량을 보낸 뒤였다. 경찰은 지난 7일 서울 용산에서 A씨의 피해금을 찾으려던 인출책 B씨(37ㆍ라이베리아)를 붙잡았다. 또 지난 11일엔 경기도 양주 한 은행에서 인출책 C씨(49ㆍ나이지리아)를 붙잡아 이들을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호감 표시하며 접근 재력과 외모 과시

‘로맨스 스캠’(Romance Scam)으로 불리는 신종 금융사기 피해가 전 세계적으로 잇따르고 있다. 로맨스 스캠은 연애를 뜻하는 로맨스와 신용 사기를 뜻하는 스캠의 합성어다. SNS나 이메일 등 온라인으로 접근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기꾼들은 피해자에게 호감을 표시하며 접근한 뒤 재력과 외모 등으로 신뢰를 쌓는다. 신뢰가 생긴 뒤엔 다양한 이유로 돈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최근 온라인 펜팔 사이트를 통해 세계 각국의 여성들에게 접근한 뒤 돈을 뜯어낸 로맨스 스캠 사기단이 미국 연방검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일본인 여성은 2016년에 자신을 미군 장교라고 소개한 남성을 온라인으로 알게 됐고, 다이아몬드 반출에 돈이 필요하다는 말에 여러 차례에 걸쳐 2억4000만원을 송금하기도 했다.

홍콩서 260억원 보낸 피해자 발생하기도

확인된 피해자만 32명으로 피해자는 미국과 일본, 영국, 레바논, 중국, 우크라이나, 멕시코, 독일,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연합 등에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액은 1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연방 검찰은 위조, 돈세탁, 신원도용 등의 혐의로 80명을 기소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홍콩에서는 60대 여성 사업가가 로맨스 스캠에 속아 4년 동안 260억원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SNS 등으로 접근해 신뢰를 쌓은 뒤 돈을 요구하는 로맨스 스캠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SNS에서 모르는 외국인이 말을 건 뒤 돈을 요구하는 경우는 모두 사기니 곧바로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동해=박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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